“총수 개인회사서 김치·와인 임직원 강매”…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사익편취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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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개인회사서 김치·와인 임직원 강매”…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 사익편취 제재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9.06.18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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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과 이 전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휘슬링락 골프장. <사진=헤드라인뉴스DB>

태광그룹의 19개 계열사가 휘슬링락CC로부터 고가에 김치를 구매하고 메르뱅으로부터 대규모 와인을 구매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이 부과되고 이호진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와 경영진, 법인이 검찰에 고발된다.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태광그룹의 이호진 전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경영기획실을 통해 그룹 경영을 사실상 통괄하는 구조 하에서 전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소유 회사인 휘슬링락CC가 식품위생법을 위반해 생산한 김치를 10kg당 19만원에 512톤, 95억5000만원어치 구매토록 했다.

총수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CC는 2011년 개장 이후 계속된 영업부진에 따라 지속적인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왔으며 2013년 5월 총수일가 100% 소유회사인 티시스에 합병돼 사업부로 편입되면서 티시스 전체 실적까지 악화시키는 상황을 초래했다.

티시스는 SI·부동산관리 등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주력기업인 태광산업 주식 11.22%를 보유하는 등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다수의 총수일가 회사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김기유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장은 이호진 전 회장의 지시·관여 아래 티시스의 실적 개선을 위해 2013년 12월 휘슬링락CC로 하여금 김치를 제조해 계열사에 고가로 판매하기로 계획했다.

이후 2014년 4월에는 강원도 홍천군 소재 영농조합에 김치 제조를 위탁해 알타리무김치와 배추김치를 대량 생산했다.

또한 김기유 실장은 2014년 5월 그룹 경영기획실이 설치되자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각 계열사에 김치단가(19만원/10kg)를 결정하고 구매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 수를 기초로 판촉수요까지 합해 각 계열사에 구매량을 할당하고 각 계열사는 부서별로 다시 할당했다.

계열사들은 휘슬링락CC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판촉비 등 회사비용으로 구매해 직원들에게 급여 명목으로 지급했다. 태광산업, 대한화섬 등 일부 계열사들은 김치구매 비용이 회사손익에 반영되지 않도록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김치는 10kg 단위로 포장돼 임직원 주소로 택배 배송됐다.

또한 2015년 7월부터는 계열사 운영 온라인 쇼핑몰 내에 직원전용 사이트(태광몰)을 구축해 김치구매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까지 동원했다.

임직원들에게 김치구매에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19만점)를 제공한 후 임직원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소를 취합해 휘슬링락CC에 제공하고 휘슬링락CC가 김치를 모두 배송하고 나면 김치포인트 19만점을 일괄 차감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이다.

김치구매 포인트 상당의 금원은 각 계열사가 복리후생비 또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이용해 휘슬링락CC에 일괄 지급했다.

그러나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휘슬링락CC는 경영기획실의 지시에 따라 김치생산을 중단했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휘슬링락CC로부터 구매한 김치는 총 512.6톤, 거래금액으로는 95억5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휘슬링락CC가 제조한 김치는 투입재료, 생산방식, 유통방식 등을 고려하면 시중 가정용 김치 거래가격에 비해 현저히 고가로 판매된 것이었다.

▲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또한 총수일가 소유회사인 메르뱅으로부터 46억원어치의 와인을 아무런 합리적 고려나 비교과정 없이 구매토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메르뱅은 2008년 총수일가가 100%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와인 소매 유통사업을 영위해 왔다.

공정위 조사결과 2014년 7월 태광그룹 경영기획실은 소위 ‘그룹 시너지’ 제고를 위해 계열사간 내부거래의 확대를 도모하면서 계열사 선물 제공사안 발생시 메르뱅 와인을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또한 2014년 8월에는 메르뱅 와인을 임직원 명절 선물로 지급할 것을 각 계열사에 지시했고 각 계열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각 사별 임직원 선물지급기준을 개정한 뒤 복리후생비 등 회사비용으로 메르뱅 와인을 구매해 임직원 등에게 지급했다.

세광패션과 같은 일부 계열사는 김치구매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사용해 와인을 구매했다. 이 과정에서 태광 전 계열사들은 와인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각 계열사들은 경영기획실 지시라는 점 때문에 메르뱅이 제시하는 가격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2016년 9월 공정위의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와인거래는 중단됐다.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메르뱅으로부터 구매한 와인은 총 46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태광그룹 전 계열사들이 2년 반 동안 김치와 와인 구매를 통해 총수일가에게 제공한 이익 규모는 최소 33억원에 달한다.

고가 김치 매입을 통해 휘슬링락CC에 제공된 이익은 최소 25억5000만원이며, 대부분 이호진 전 회장과 가족들에게 배당 등으로 지급됐다. 이는 휘슬링락CC 자본금(22억9000만원)의 111.4%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와인 대량 매입을 통해 메르뱅에 제공된 이익은 7억5000만원이며 이 전 회장의 처 등에게 현금배당과 급여 등으로 제공됐다. 이 역시 메르뱅 자본금(1억원)의 7.5배에 달한다.

태광그룹 전 계열사들은 2016년 9월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되기 전까지 구매물량을 대폭 증가시켜오고 있었으며 거래객체인 티시스(휘슬링락CC)와 메르뱅 모두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후 지배력 확대와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우려가 상당하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공정위는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와 이호진 전 회장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또한 태광그룹 소속 19개 회사 법인과 이호진 전 회장·김기유 경영기획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이 총수를 정점으로 한 일사불란한 지휘체계 하에서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데 동원된 사례”라며 “특히 사익편취 규제가 도입된 이후 최초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거래 조항을 적용해 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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