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는 공평·청렴함이, 집안에는 검소·근면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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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는 공평·청렴함이, 집안에는 검소·근면함이 중요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9.06.1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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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②
▲ 어질고 현명한 정치의 이치는 ‘공평함’이라고 주장한 성리학의 태두 정이천.

[명심보감 인문학] 제13강 입교편(立敎篇)…가르침을 세워라②

[한정주=역사평론가] 景行錄云(경행록운) 爲政之要(위정지요)는 曰(왈) 公與淸(공여청)이요 成家之道(성가지도)는 曰(왈) 儉與勤(검여근)이니라.

(『경행록』에서 말하였다. “정치를 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공평함과 청렴함이고, 집안을 일으키는 도리는 검소함과 근면함이다.”)

성리학의 태두 정이천은 어질고 현명한 정치의 이치는 ‘공평함’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을 가장 공평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보다 ‘충(忠)’과 ‘서(恕)’가 중요하다고 했다.

‘충(忠)’이라는 한자는 ‘가운데 중(中)’자와 ‘마음 심(心)’자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마음[心] 속[中]에서 우러나오는 참된 심정’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이천은 ‘진실로 마음을 다하는 것’이 ‘충(忠)’의 요체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이해하는 것’이 ‘서(恕)’의 핵심이 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정치를 할 때 ‘진실로 자신의 마음을 다하고’ 또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살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이해한다면’ 모든 것은 저절로 공평하게 된다는 뜻이다.

‘공평함’에 대한 정이천의 철학은 『근사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논어』 <헌문(憲問)> 편을 보면 공자가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청렴함’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주’에다가 예악(禮樂)의 문화를 갖추고 있다면 ‘완성된 인격자’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서 공자가 청렴함을 대표하는 인물로 언급한 맹공작은 노나라의 권문세족인 맹손씨(孟孫氏) 집안의 사람으로 당시 백성들로부터 현인(賢人)이라는 찬사를 들었다고 한다. 맹공작의 청렴함은 ‘불욕(不欲)’, 즉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는 두 글자로 살펴볼 수 있다.

특히 공자는 맹공작의 청렴함을 이렇게 정의했다. “견리사의(見利思義)”, 곧 이로움을 볼 때에는 반드시 의로움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집안을 일으키는 데 도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검소함과 근면함’에 대해서는 안지추가 집안을 다스리는데 지침으로 삼으라고 후손들에게 남겨준 『안씨가훈』에서 그 참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안지추는 ‘검소함’과 ‘절약함’이란 쓸데없는 소비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논어』 <술이(述而)> 편에 나오는 “사치스럽게 생활하면 불손(不遜)해지기 마련이고 검소하게 생활하면 고루(固陋)해지기 쉽다. 불손한 사람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사람이 낫다”는 공자의 말을 언급했다.

그런데 안지추는 또한 검소하게 생활해야 하지만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인색하다는 것은 도와줄만한 여유가 있음에도 곤란하고 궁색한 처지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그러면서 다시 『논어』 <태백(泰伯)> 편에 나오는 “비록 주공(周公)과 같은 훌륭한 지혜와 재능을 지닌 사람이라고 해도 교만한 데다가 인색하다면 그 나머지에 대해서는 살펴볼 필요조차 없다”는 공자의 말을 언급했다.

그런 점에서 ‘검소하게 생활하되 다른 사람에게 인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안지추의 가르침이라고 하겠다.

아울러 안지추는 ‘근면함’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근면하면 반드시 성취하지만 태만하면 평범한 사람에 그치고 만다.”

사람은 제각각 살아가면서 자신이 할 일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농부는 농사일을 하고, 상인은 물건을 파는 일을 하고, 장인(匠人)은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고, 선비는 학문을 연마하는 일을 하고, 무인(武人)은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을 다루는 일을 한다.

세상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할 일을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할 때 제대로 기능하게 된다. 만약 농부가 농사일을 게을리 하고, 상인이 물건 파는 일을 게을리 하고, 장인이 물건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고, 선비가 학문을 갈고 닦는 일을 게을리 하고, 무인(武人)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을 다루는 일을 게을리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작게는 집안이 쇠락하고 크게는 나라가 쇠망하게 될 것이다.

농부가 농사일에 근면하면 작게는 집안을 일으키고 크게는 나라 안의 식량을 넉넉하게 하고, 상인이 물건 파는 일에 근면하면 작게는 집안을 부유하게 하고 크게는 나라 안의 물건 유통을 원활하게 하고, 장인이 물건 만드는 일에 근면하면 작게는 집안을 풍족하게 하고 크게는 나라 안의 물건을 풍요롭게 하면, 선비가 학문을 연마하는데 근면하면 작게는 집안의 명예를 높이고 크게는 나라 안의 문화 수준과 문예 역량을 끌어올리며, 무인(武人)이 말을 타고 활을 쏘며 칼을 다루는데 근면하면 작게는 집안의 명성을 드날리고 크게는 외적의 침략에 대한 나라 안의 방비와 방어 능력을 단단하게 해 줄 것이다.

근면함이 주는 ‘이로움과 해로움’이 이러한데 어떻게 근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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