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을 내다본 기업인’ 최종현 SK 회장 20주기…“무자원 산유국·IT 강국 기반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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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내다본 기업인’ 최종현 SK 회장 20주기…“무자원 산유국·IT 강국 기반 조성”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8.08.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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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폐암수술을 받은 최종현 회장(왼쪽 두 번째)이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경제위기 극복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그룹 제공>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으며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로 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10년을 내다본 기업인’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말이다.

오는 26일 고 최종현 회장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그가 한국 경제에 기여한 업적이 재조명받고 있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최종현 회장은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원대한 꿈을 치밀한 준비와 실행력으로 현실화했다.

그는 자본, 기술, 인재가 부족했던 1973년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으로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지만 최종현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1983년부터는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 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뚝심 있게 사업을 추진한 결과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하는 등 명실상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종현 회장은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는 등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앞선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준비한 기업에는 언제든 기회가 온다”며 기다리던 그는 2년 뒤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해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꿈은 아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11년 하이닉스 인수함으로써 이뤄졌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며 30년 전 최종현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언급하기도 했다.

최종현 회장은 인재양성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1972년에 조림사업으로 장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해개발(현 SK임업)을 설립했다. 1974년에는 사재를 털어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500달러도 안되던 시절 ‘일등국가가 되기 위해선 세계적 수준의 학자들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는 최종현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재단이다. 재단은 당시 서울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해외 유학비용은 물론 생활비까지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

재단은 44년간 약 3700명의 장학생을 지원했고 740명에 달하는 해외 명문대 박사를 배출했으며 80% 이상이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계 최초 예일대 학장인 천명우(심리학과) 박사, 한국인 최초 하버드대 종신교수 박홍근(화학과) 등이 있다.

최종현 회장은 폐암으로 갑작스레 타계하기 직전 “내가 죽으면 반드시 화장(火葬)하고 훌륭한 화장시설을 지어 사회에 기부하라”는 유언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시대를 앞선 유언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종현 회장 사후 한 달 만에 ‘한국 장묘문화개혁 범국민협의회’가 결성돼 ‘화장 유언 남기기 운동’이 전개될 정도로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종현 회장 장례가 유언대로 화장으로 치러지자 1998년 20%에 불과했던 화장률은 이듬해 30%를 넘는 등 매년 급증했고 현재는 82%에 달할 만큼 대중화됐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의 유언에 따라 2010년 1월 500억원을 들여 충남 연기군 세종시 은하수공원에 장례시설을 준공해 세종시에 기부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릴 계획이다.

직원들은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5만평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했다.

오는 14일부터는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개최하고 24일에는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이항수 SK그룹 홍보팀장(전무)은 “최종현 회장의 혜안과 통찰 그리고 실천력은 후대 기업인이 본받아야 할 가치로 인정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종현 회장의 경영철학을 올곧게 추구해 사회와 행복을 나누는, 존경받는 일등기업으로 지속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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