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밸브’ 280% 폭등…남북 경협주 차익실현 매물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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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밸브’ 280% 폭등…남북 경협주 차익실현 매물 경계
  • 박철성 칼럼니스트·아시아경제TV 리서치센터 국장
  • 승인 2018.06.18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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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주간증시] 계양전기우·우진·SM Life Design과 동일수법

[박철성의 주간증시] 계양전기우·우진·SM Life Design과 동일수법

‘망우보뢰(亡牛補牢)’.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뜻이다.

지금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부자 아빠 주가 조작사건’과 ‘청담동 주식 부자 이희진 사건’이 재현되고 있다. 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추가상승·강력매수’를 유도하는 허위문자가 여전히 대량 발송되고 있다. 대량 허위문자가 훑고 간 종목은 어김없이 ‘개인투자자의 무덤’이 됐다. 계양전기우와 우진, SM Life Design 모두 이 수법에 당했다.

‘강력 매수하라’는 허위문자는 세력들의 이익 실현 용도였다. 허위문자로 개인투자자들을 유혹해 매수에 끌어들였다. 소위 ‘설거지’에 투입된 것이다. 해당 종목 그래프가 이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무덤이 된 종목들의 증권 게시판은 성토장이 된 지 오래다. 막차 탄 개인투자자들은 죽을 맛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대규모 허위문자를 날린 그들에게 이들 종목은 이미 용도폐기됐다. 그런데도 낚시용 허위문자 발송을 멈추지 않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무덤을 만들어 주가조작 의혹을 받는 닉네임 ‘주식ㅇㅇ’은 지금도 대량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 화성밸브 일봉 그래프. 280%의 폭등은 과연 누가 견인했을까?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최근 ‘주식ㅇㅇ’은 대량문자를 통한 ‘강력 매수’ 추천종목을 교체했다. 남북 경협주 화성밸브 매수에 집중하라고 떡밥을 뿌리고 있다.

화성밸브, 역시 주가가 이미 폭등했다. 지난 15일 종가 기준 전 고점 대비 280%나 상승했다. 그런데도 ‘주식ㅇㅇ’은 “화성밸브 매수에 집중”하라는 대량문자를 시장에 유포 중이다.

허위 낚시성 문자는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았다. ‘주식ㅇㅇ’은 주말이던 지난 15일 오전 9시27분 문자를 통해 “1개월 내 수익 100%를 주겠다”면서 “화성밸브는 가스관 대장이며 곧 한·러 정상회담, 화성밸브 집중(매수)”할 것을 강조했다.

▲ 지난 15일 화성밸브 거래현황. 동일 증권사 내에서 시·분·초가 일치된다.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그런데 대북 관련주 화성밸브의 주가 폭등엔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프에는 세력의 발자국이 찍혔다.

동일 증권사를 통해 시·분·초가 일치하는 대규모 매도·매수현장도 포착됐다. 주거니 받거니 자전·통정거래를 통한 시세조종과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특히 화성밸브는 최근 고점에서 대주주 지분을 매각했다. 통상적으로 전문가들과 시장에서는 대주주 지분 매각은 악재로 치부하고 있다.

▲ 화성밸브 대주주 지분 장내 매도 현황. 매도 당일 종가보다도 비싼 가격에 팔았다. 화성밸브 대주주는 83억 원의 거액을 현금화했다.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화성밸브는 지난 15일 주주 장병호를 비롯한 특별관계자의 보유주식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대주주가 지난 7일과 11일·12일에 걸쳐 54만1520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이는 7.44%에 해당하는 지분이었다. 매도 금액만도 83억1000만원. 대주주는 지분매각을 통해 거액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통상 대주주 지분 매각은 장외에서 블록 딜(대량매매) 방식으로 진행한다. 매매가격도 시세보다 5% 정도 저렴하다. 이는 주가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한 방편이다. 그런데 이번 화성밸브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장내에서 이뤄졌다.

또 매도 가격도 매도일 종가보다 모두 비싸게 팔았다는 점이다. 어떤 방법이 동원됐을까.

▲ 화성밸브 일별 주가. 지난 1일부터 거래량이 급증했다. 거래 회전율도 급증, 주식의 주인이 수차례 바뀌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영웅문 캡처·미디어캠프 신원 제공>

한편 거래소에서는 280%가 폭등한 화성밸브에 대해 ‘옐로카드(?)’를 뽑았다.

지난 5월2일 거래소는 화성밸브에 대해 “투자주의·특정계좌(군) 매매관여 과다종목에 지정되니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투자주의·특정계좌(군) 매매관여 과다종목’ 지정은 해당일 종가가 3일 전날의 종가보다 15% 이상 상승, 해당일을 포함한 최근 3일간 특정계좌(군)의 시세 영향력을 고려한 매수 관여율이 5% 이상인 일수가 2일 이상, 해당일을 포함한 최근 3일간 하루평균거래량(정규시장 기준)이 3만 주 이상일 경우 거래소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내리는 조치다.

또 화성밸브는 지난 1일 거래소로부터 투자 경고 종목 지정예고를 받았다. 이날 종가가 5일 전일의 종가보다 60%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었다. 이어 14일에는 단기 과열완화장치(3거래일 단일가 매매) 발동예고를 받았다.

거래소는 지난 15일 화성밸브에 대해 투자 경고 종목 지정예고도 내렸다. 이날 종가가 15일 전일의 종가보다 100%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였다.

남북경협주로 눈길을 끄는 화성밸브는 밸브 생산업체다. 가스 밸브 및 고온용 스팀 밸브 등을 생산한다.

시장 점유율은 LPG 용기용 밸브 25%, 나사실 볼밸브 25%, 플랜지형 볼밸브 50%, 매몰형 밸브 70%로 구성돼 있다. 그중 가스 관련 밸브산업은 정밀금속공업이다. 고부가 가치 산업으로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2017년 연결기준 화성밸브 매출액은 436억7000만원. 이는 전년도 매출액인 547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20.2% 감소한 금액이다. 매출원가가 20.5% 감소하고 판매비와 관리비 또한 18.6% 줄었다.

그러나 매출 감소폭이 이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8.7% 감소했다. 전년도엔 28억1000만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7년엔 22억9000만원에 그쳤다.

비영업 부문 역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도 19억5000만원에서 14.6% 감소한 16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화성밸브 주가는 지난 2월28일 최근의 장중 저점인 525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장중 1만9900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전 저점 대비 280%의 폭등이었다.

또 화성밸브 주둔 세력은 지난 3월8일부터 본격적인 물량 매집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세력 평균 매수가격은 1만1967원 부근이라는 보고다.

화성밸브 세력은 지난 4월30일 상승 첫 시그널을 내보냈다. 이어 5월31일 1차 상승 랠리를 시작했다. 이날 장중 저점은 9080원. 이때부터 계산해도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15일 장중 고점까지는 120%의 급등이었다.

6월7일 화성밸브 세력은 일명 개미 털기와 1차 이익 실현을 했다. 바로 이날이다. 대주주 지분 28만3120주가 장중에 쏟아졌다.

이어 8일 화성밸브 세력의 2차 상승랠리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이날 장중 저점은 1만1850원. 그리고 불과 4거래일 만에 70%를 폭등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한편 이번 주(18~22일) 국내증시는 북미회담의 긍정적인 결과가 상승 요인이다. 동시에 미국 금리 인상과 2·4분기 실적 전망치 하락이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8일과 20일 유럽중앙은행(ECB) 연례포럼이 열린다. 20일에는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연간 시장 재분류가 발표된다. 이어 22일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가 열린다.

지난주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평가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 논의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관련 종목에 대한 차별화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비핵화나 경협 관련 내용이 확정된 것은 없다. 따라서 그동안 기대감이 컸던 남북 경협 업종에 대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 보고다.

화성밸브 역시 이런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52주 신고가 부근에서 ‘매수집중’하라는 대량문자가 시장에 유포됐다는 점은 또다시 개인투자자의 무덤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더구나 고점에서 대주주의 지분 매각은 결코 호재로 작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화성밸브 주가가 아직은 그래프 상단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수익 중인 개인투자자의 경우 과욕보다는 초심을 찾는 게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공통된 조언을 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굳이 화성밸브의 상승 랠리에 한 표 던지겠다는 개인투자자라면 누구도 말릴 순 없다. 하지만 ‘딸깍’ 클릭하는 순간까지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일단 클릭 이후엔 돌이킬 수 없는 게 주식 전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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